한국 아너 오브 킹즈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8강에서 필리핀에 0-2로 지며 메달 없이 물러났다. e스포츠는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를 끝으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서 빠지고, 2027년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별도 대회로 무대를 옮긴다. 새 대회에는 아직 병역 혜택 규정이 없어, 선수들의 체육요원 편입 문제가 앞으로의 최대 변수로 남는다.

한국 아너 오브 킹즈(왕자영요) 대표팀이 9월 27일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8강에서 필리핀에 0-2로 졌다. 조별예선에서 미얀마를 2-0으로 꺾고 토너먼트에 올랐지만, 8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다.
정윤호, 한지훈, 이섭규, 조성빈, 이훈민, 한성건으로 꾸려진 대표팀은 세트를 하나도 따내지 못했다. 세트별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세트를 내리 내준 결과 자체가 완패에 가깝다.
한국 e스포츠 선수단은 이 종목을 접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제5인격,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남은 종목에서 메달 도전을 이어간다. 대표팀 전체의 성적은 아직 열려 있다는 얘기다.

Yan Krukau
이번 8강 탈락이 유독 무겁게 읽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를 끝으로 e스포츠를 정식종목에서 빼기로 했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2018 자카르타 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처음 등장했고,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대회에서 비로소 정식 메달 종목이 됐다. 정식 데뷔 이후 단 두 번째 대회 만에 종합대회 무대에서 내려오는 셈이다. OCA는 제외의 직접적인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고, 대신 e스포츠를 위한 새 플랫폼을 따로 마련하겠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OCA는 e스포츠와 마인드 스포츠를 결합한 새로운 아시아 대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첫 대회는 2027년 쿠웨이트에서 약 4천 명 규모로 열리고, 2년 주기로 이어져 두 번째 대회는 2029년 필리핀에서 개최된다.
종목 입장에서는 독립된 무대를 얻는 것이지만, 선수에게는 잃는 것이 분명하다. 가장 큰 것이 병역이다. 현행 병역법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입상자에게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준다. 항저우 대회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들이 실제로 이 혜택을 받았고, 이는 정식종목 채택이 e스포츠 선수들에게 갖는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런데 2027년 새로 생기는 대회는 아직 병역과 관련한 법적 규정이 없다. 종합대회 정식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우승하더라도 지금 기준으로는 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되기 어렵다. 별도 규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선수들의 병역 혜택은 사라지거나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독립 대회로의 전환이 e스포츠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몇 가지가 판가름한다.
먼저 새 대회의 위상이다. 4천 명 규모라는 외형은 갖췄지만, 종합대회가 주는 대중적 주목도와 국가대표라는 상징성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첫 대회를 치러봐야 안다. 다음은 종목 구성이다. 어떤 게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지에 따라 한국이 강점을 살릴 무대인지가 갈린다.
결국 선수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변수는 병역 규정의 정비 여부다.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으면, 재능 있는 선수들이 국가대표 무대보다 프로 리그 활동을 우선하는 흐름이 굳어질 수 있다. 아너 오브 킹즈 대표팀이 남긴 숙제는 8강의 승패가 아니라, 무대가 사라진 뒤에도 국가대표에 도전할 이유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