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표시된 이세계·판타지 게임도 실제 부담은 과금 구조, 초반 진행 방식, 기기 사양에서 갈린다. 이 세 가지를 시작 전에 확인하면 며칠 만에 지갑을 열거나 게임을 지우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정보는 법으로 공개가 의무화돼 있어 설치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스토어에 무료로 올라온 이세계·판타지 게임이라도, 며칠 뒤 결제 창 앞에서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이 나빠서가 아니라 시작 전에 봐야 할 것을 안 봤기 때문이다.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돈이 어디서 들어가는지, 초반 진행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내 폰이 감당하는지. 순서대로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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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르 대부분은 확률형 아이템, 이른바 가챠로 매출을 낸다. 캐릭터나 장비를 뽑기로 얻고, 좋은 결과가 우연에 달려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 확률이 게임을 켜기 전에는 잘 안 보인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2024년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의무화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연평균 매출액 1억원을 넘는 게임사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홈페이지와 광고에 백분율로 공개해야 하고, 어기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설치 전에 해당 게임의 공식 홈페이지나 스토어 설명에서 확률 공개 페이지를 먼저 찾아보자. 최고 등급 캐릭터 확률이 극단적으로 낮거나, 강해지려면 특정 뽑기를 반복해야 하는 구조라면 무과금으로 버티기가 그만큼 빡빡하다는 신호다.
이세계·방치형 RPG는 상당수가 자동전투를 기본으로 한다. 접속하지 않아도 재화와 경험치가 쌓이고, 오프라인 보상이 일정 시간까지 누적된다. 게임에 따라 누적 상한이 다르니 이 한도가 길수록 바쁜 사람에게 유리하다.
반대로 초반부터 수동 조작과 반복 사냥을 요구하는 게임도 있다. 어느 쪽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생활 패턴과 맞느냐의 문제다. 하루 몇 분만 켤 사람이라면 방치 요소가 큰 쪽이 오래 간다.
튜토리얼을 지난 뒤 30분쯤 플레이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 사이 반복 조작이 벌써 지겹다면 그 게임은 오래 못 붙잡는다.
같은 이세계 장르라도 도트나 방치형 게임은 대체로 사양이 낮고, 3D 그래픽을 앞세운 서브컬처 대작은 요구 사양과 다운로드 용량이 크게 뛴다.
스토어 상세페이지에 적힌 최소 사양, 그리고 초기 다운로드에 더해지는 추가 데이터 용량을 함께 보는 게 좋다. 설치 용량이 수 기가바이트에 이르는 게임은 저장 공간이 빠듯한 폰에서 발열과 끊김을 부른다. 무료로 받았다가 사양 때문에 못 굴리는 경우가 여기서 나온다.
핵심은 진행이 무엇으로 막히느냐다. 스토리와 지역이 콘텐츠 자체로 열리는 게임이라면 시간을 들여 무료로 끝까지 볼 여지가 크다. 반대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일정 전투력이 필요한데 그 전투력이 뽑기 확률에 묶여 있다면, 어느 지점부터는 결제 없이 진도가 멈춘다.
시작 전 이렇게 점검해 보자.
네 가지 중 뒤의 두 개가 맞고 앞의 두 개가 걸린다면, 스토리만 무료로 즐기고 경쟁은 접는 방식으로 선을 그어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 선을 시작할 때 정해 두면, 나중에 결제 창 앞에서 흔들릴 일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