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 레트로 게임 값은 등급 감정과 경매가 얽히며 2017년 3만 달러대에서 2019년 10만 달러로 뛰었고, 2022년엔 시세 조작 의혹 소송까지 벌어졌다. 이 '등급 프리미엄'은 게임 자체보다 표기와 시장 분위기가 값을 만든다는 걸 보여준다. 초보라면 상태 표기와 정품·복각판 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기준을 갖춘 뒤 첫 구매에 나서는 게 안전하다.
레트로 게임 시세가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그 감각이 맞을 때가 많다. 2017년만 해도 봉인된 슈퍼마리오브라더스의 최고가는 약 3만 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9년 감정업체 WATA가 등급을 매긴 같은 게임이 10만150달러에 낙찰됐고, 이후 WATA 창업자는 한 방송에서 그 사본이 30만 달러까지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급등은 나중에 법정으로 갔다. 2022년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은 경매사 헤리티지와 WATA가 언론 노출과 보도자료를 맞춰 값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WATA의 감정 수수료가 게임의 추정가에 비례한다는 점이 이해충돌로 지목됐다. 두 회사는 의혹을 부인했다.
핵심은 소송의 승패가 아니라 구조다. 값을 만든 건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등급'이라는 표기와 그걸 둘러싼 시장 분위기였다. 초보 수집가가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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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장터에서 흔히 보는 '민트', '상태 최상', 'A급' 같은 표기에는 공인된 기준이 없다. 판매자마다 잣대가 다르고, 사진 각도와 조명으로 흠집을 가릴 수도 있다. 등급에 붙는 프리미엄이 크다 보니 실제보다 한 단계 높게 부르려는 유혹도 그만큼 크다.
박스와 설명서가 다 있는 완품(CIB)과 카트리지만 있는 낱개는 값 차이가 크다. 그래서 낱개를 완품 값에 가깝게 부르거나, 다른 게임의 박스를 끼워 파는 경우도 있다. 사진에서 박스와 설명서, 카트리지의 상태를 따로따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숫자 등급이 붙은 감정본이라고 안심할 것도 아니다. 어떤 업체가 어떤 기준으로 매긴 등급인지에 따라 신뢰도가 다르고, 앞서 본 사례처럼 등급 자체가 값을 부풀리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초보가 가장 당하기 쉬운 건 복각판(리프로덕션)이다. 원본 롬을 복사해 만든 카트리지인데, 겉만 보면 정품과 구분이 쉽지 않다. 몇 가지 지점을 알면 헛발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라벨부터 본다. 정품은 인쇄가 선명하고 색이 정확한 반면, 복각판은 흐릿하거나 색이 과하게 진하고 폰트가 어색하거나 오타가 있기도 하다. 닌텐도는 상당수 카트리지의 뒷라벨이나 셸에 작은 각인을 남겨 뒀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기판을 본다. 정품 기판에는 제조사명과 기판 리비전, 연도가 깔끔하게 새겨져 있다. 반면 복각판은 윗면을 사포로 간 플래시 칩이나 종이 라벨을 쓰고, 공장 납땜이 아닌 수작업 흔적이나 점퍼선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N64나 SNES 정품은 내부 차폐판을 십자나사로 고정하는데, 복각판에는 이 나사가 빠져 있기도 하다.
수집의 재미는 희소성에 있지만, 그 희소성을 값으로 바꾸는 과정에 표기와 분위기가 끼어든다. 첫 구매에서 이 구조를 알고 들어가면, 적어도 남이 만든 프리미엄을 내 돈으로 떠안는 일은 줄일 수 있다.